『학생 호출입니다. 본과의 코마에다 나기토군, 제1회의실로 와주십시오. 반복합니다. 본과의 코마에다 나기토군――』
호출사항에 따라 제1회의실까지 향했다.
시간은 점심시간. 소식이기 때문에 점심식사도 금방 끝나서, 슬슬 교실로 돌아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코마에다가 학원의 상층부로부터 호출을 받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항상 이런저런 트러블을 발생시키면 그때마다 학원장이나 교사로부터 호출받아 주의를 받곤 했다. 재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치덕거려 본과생들이 성가셔한다던지, 원인불명의 기물 파손이 빈발한다던지, 실험중에 폭발이 일어나거나…… 이번에는 무슨 짓을 했기 때문일까? 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코마에다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유유히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도착한 회의실에는 2명의 남자가 코마에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명은 백의를 입고 안경을 쓴 중년 남성으로, 어딘지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게 딱 연구자스러웠다.
키보가미네 학원에는 일류 재능을 조사하기 위해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재적중이다. 이 남자도 분명 그 중 한명일 것. 하지만 연구자들은 코마에다에게 흥미를 갖지 않고, 거의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만난 횟수도 적었다. 또 그들 하나 하나의 용모를 크게 인식하지 않았기에 눈 앞의 사람이 구체적으로 누군지는 몰랐다.
또 한명, 그 연구자스러운 남자의 옆에는 회색 수트를 입은 평범한 남자가 있었다. 이쪽은 본 기억이 있다. 키보가미네 학원 본과의 일반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였다. 코마에다는 그 교사로부터, 여러가지 소행에 대해 주의를 받은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먼저 말을 걸어준건 백의를 입은 연구자 쪽이었다.
「네가 코마에다 나기토군이지?」
「네」
연구자는 키보가미네 학원의 교복을 입은 코마에다를 다소 노골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열의로 유심히 관찰했다. 특히 얼굴 부분을 뚫어져라 보는듯 했다.
「보고대로, 외모는 좋은걸……. 하지만 키가 너무 큰 느낌이 드는데」
「키는 “그”와 1cm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아. 큰 문제는 되지 않을거다」
두명의 남자는 이쪽을 보면서 무언가 얘기를 나눴다.
자신의 외모와 키가 어땠다는 것일까. 코마에다는 조금 생각해 봤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구자는 크흠, 가벼운 기침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갑작스럽지만, 너에게 부탁이 있어 불러냈다. 나는 키보가미네 학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떤 극비 프로젝트에 종사하고 있는 자들 중 하나다.」
「……극비 프로젝트?」
코마에다가 물어보면, 연구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극비 프로젝트다. 키보가미네 학원의 비원, “궁극의 천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
연구자는 코마에다의 반응을 살피듯이, 거기서 일단 말을 끊었다.
코마에다는 연구자인 그 남자를 빤히 응시했다.
궁극의 천재. 이 남자는 지금 그렇게 말했다. 궁극의 천재라는건, 대체 어떤걸까? 그 단어에 흥미가 솟았다.
궁극, 이라면 상당히 놀라운 재능이란 소리일 것이다. 이 학원에는 다양한 천재적 능력을 가진 소년소녀들이 재적하고 있지만, 그건 한 분야에서 천재라는 뜻이지, 궁극의 천재라는 표현은 들은 적이 없다. 코마에다가 알아보았던 키보가미네 학원의 긴 역사 중에서도 그런 직함을 가진 천재가 재적하고 있었다는 기록은 없었다.
――궁극의 천재. 얼마나 희망이 흘러넘치는 단어란 말인가.
정신을 차리면, 무의식 중에 볼이 붉어져 있었다.
연구자는 코마에다의 그런 얼굴을 보며, 흡족한듯 까닥거렸다.
「사실은 “궁극의 천재”는 이미 존재하고 있어.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우리들은 현재, 그 천재의 침식을 모니터링하며 자세히 조사하는 중이지」
코마에다는 조용히 그 연구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너에게 협력을 의뢰하고 싶은 것은, 그 천재의 조사다. 우리들은 모든 방면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거야. 그 천재의 각 분야에서의 재능은 물론, 신체능력, 언어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연구자는 열띤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만, 우리들만으로는 조사에 한계가 있어. 어떻게 해서도 제3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조사할 수 없는 사항이 발견됐거든. 거기에서 네게 협력을 부탁하고 싶다.」
연구자는 또 거기서 말을 끊었다. 코마에다의 반응을 살피듯, 빤한 시선을 향한 채로.
연구자의 설명은 아직 도중이었지만, 코마에다의 안에서는 이미 답이 나와있었다.
행운스럽게도 키보가미네 학원의 본과에 입학하게되어, 일류 재능을 가진 소년소녀들과 알게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코마에다가 추구하는 희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것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고, 입학할 때부터 이미 결심했던 것이다.
궁극의 천재.
그 천재야말로, 코마에다가 믿는 희망을 구현한 인간인지도 모른다.
「궁극의 천재……멋진 프로젝트네요. 게다가 이미 성공했다니, 역시 키보가미네 학원! 나 따위가 협력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돕겠습니다.」
코마에다가 그렇게 말하면 연구자와 교사는 동시에 안심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가볍게 눈빛을 교환하고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연구자가 앞으로 나서서 코마에다에게 상냥하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코마에다군, 고마워! 너라면 이 프로젝트의 훌륭함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
코마에다 역시 악수에 응했다.
「아뇨, 저뿐만이 아니라, 학생들 모두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구체적으로 무얼 하면 되는 거죠?」
「아아, 그건」
연구자는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들 만으로 연구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은, 즉 생식 능력을 말하는 거다. “궁극의 천재”에게 생식 능력 및 성욕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아무래도 그 천재는 기호가 좁은것 같아서 말야. 몇 명의 여성을 데려다 주어봤지만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질 않아. 우리들도 다인종의 여러 여성을 보내주었다고. 연상, 연하, 가슴이 큰 여성, 마른 여성, 금발에 적발까지…… 그러나 모두 소용없었지. “궁극의 천재”은 어떤 여성도 시시하다고 말해버리고……. 그래서 한 번 발상을 전환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생각했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을 보내면 어떨까? 라고.」
거기서, 여태 잠잠했던 본과의 교사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내게 상담해 온거다. 조건은 두가지였어. 우선 남자일것. 그리고 “궁극의 천재”는 개성이 강한 사람을 추구하는 것 같으니까, 가능하면 본과생이 좋다고 부탁받았어. 그래서 나는 본과의 학생생활기록부와 그동안 내가 지도해왔던 인상을 바탕으로 해서, 네가 적임이라고 추천했다.」
연구자는 그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조사가 진전되면 좋겠는데…」
「분명히 잘 될거야」
두 남자가 만족스럽게 말하는 것을 코마에다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키보가미네 학원의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코마에다가 지금까지 받았던 검사라고 한다면, 뇌파검사나 신체검사 같은 지극히 일반적인 것들 뿐이었다. 「절대적인 행운」이란 재능의 매커니즘을 진심으로 밝혀내려고 하는 연구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그런 어정쩡한 재능보다는 더 알기쉬운 재능, 예를들면 격투가나 프로그래머 같은, 그런 것들을 선호했다. 연구자들은 코마에다에게 흥미를 갖지 않은 채로 오랫동안 내버려두고 있었다.
코마에다가 순간 생각한 것은――아무래도 키보가미네 학원의 연구자란, 프로젝트에 몰두한 나머지, 피험자의 심정이나 입장 같은 것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란 것이었다.
아니, 그 편이, 연구자의 적성에는 적합한 걸지도 모른다.
재능의 연구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키보가미네 학원에는 그 연구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고 있었다. 그 수금원으로서만 이용되어, 철저히 천대받고 있는 예비학과 학생들의 불만은 무시무시하다. 묵살되어 온 구조의 일그러짐은 서서히 표면화되어, 요즘은 학내에 불온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본과생인 코마에다도 조금씩이나마 그 이변을 느끼고 있었다.
키보가미네 학원의 연구자들은 즉 이 구조의 일그러짐이나 불순성에도 동기를 저해하지 않고, 단지 프로젝트에만 몰두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게다가 한 학생을 향해서 “궁극의 천재”의 생식능력 조사에 협력하라고 정색을 하고 말한다. 배려가 없는 부분도 연구자로서 필요한지도 모른다.
「저기, 확인하고 싶은데요」
코마에다는 천천히 물었다.
「즉 저는, 그 “궁극의 천재”와 섹스를 하면 되는 건가요? 그걸로, 그의 성욕 여부를 판별하라는?」
연구자와 교사가 뚝 대화를 멈추고 코마에다를 가만히 뒤돌아보았다.
그것은 기묘할 만큼 감정이 없는 시선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코마에다는 본과생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앞에 섰고, 그들도 코마에다를 이 학원의 학생 중 한명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텐데. 지금, 코마에다는 실험용 쥐가 되어 그들의 앞에 노출당하고, 그들 역시 코마에다를 일회용 실험재료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되는 시선이었다.
「그 말대로다. 너와 “그”가 성관계를 가져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연구자와
「싫은가?」
그렇게 다가온 교사
코마에다는 그들의 셔츠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순, 자신의 과거가 둥실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 하교도중 자주 수상한 사람이 쫒아왔던 일.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버스나 전철에서 치한과 만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학교의 선배에게도 묘한 괴롭힘을 받았었고, 그런 괴롭힘은 드물게지만, 교사에게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눈 앞의 교사가 「학생기록부」라고 말한 것이 아주 조금 마음에 걸렸다.
키보가미네 학원의 기록부에는 자신의 과거가 어떤 식으로 실려있는 걸까. 정부 공인의 특권을 갖는 키보가미네 학원이라면, 학생의 과거따위는 얼마든지 조사했을 것이 틀림없다. 살인범에 의한 유괴, 납치 감금, 심지어 성폭행도 당했다, 란 과거들을.
교사는 그 기록부를 보고, 이거라면 적임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예산의 낭비라고 자주 불리우고, 연구자들로부터도 거의 방치되고 있는, 행운 능력의 학생. 재능이 흘러넘치는 다른 본과생들이라면 몰라도, 행운 능력의 학생이 무슨 봉변을 당하든 아마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궁극의 천재”의 조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코마에다의 과거나 감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저 이용하는 것밖에 모르는 듯한 그들은, 일반적인 시점으로 본다면 오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마에다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올바르다고조차 생각했다.
재능의 유무로 차별하고, 재능의 형태로도 구별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의 악의없는 오만함을――코마에다는 은근히 기뻐했다.
「아뇨, 싫지 않아요. 오히려 기쁠 정도인걸요! 하지만 저같은게 그런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궁극의 천재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으면.
예비학과 학생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건 아무래도 좋다. 재능의 연구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연구를 위해서, 본과의 특권적 제도는 앞으로도 유지되어야 한다. 재능이라는건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자신이 어떤 봉변을 당하게 되든 그것도 아무래도 좋다. 훌륭한 희망은, 가혹한 조건을 극복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것이니까. 자신이 지금까지 호되게 당하며 살아온 것도, 최후에 훌륭한 희망을 만나기 위해서였음이 틀림없다. 이번 일도 희망을 보기 전의 긴 언덕 같은 것이다. 그저 올라가면 된다. 지치고 피곤해 녹초가 되어, 많은 것을 잃게된 그 앞에, 훌륭한 희망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인생이 설명되지 않는걸.
「선생님, 그 사람과 언제 만날 수 있나요? 가능하다면 바로 만나고 싶어요. 분명 멋진 재능의 소유자겠죠……」
***
연구자들은 바로 “궁극의 천재”와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코마에다는 그들의 뒤를 따라 교실을 이동했다.
점심시간의 끝이 가까워져 안뜰에 있던 학생들은 대부분 교실로 돌아가서, 어딘지 텅 비어 있었다. 코마에다와 연구자와 교사 3명은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가로질렀다.
「“그”는 학원의 연구실 최상층에 있어. 물론 일반학생들은 출입할 수 없는 장소다. 이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돼」
연구자는 걸으면서 그렇게 설명했다. 코마에다는, 알고 있으니까요, 순순히 대답했다.
안뜰을 다 지나려고 하던 참에 동기인 소우다와 우연찮게 마주쳤다.
기계 만자기를 좋아하는 그는, 안뜰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조종기를 몰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은 자동제어 기능까지 있는지, 코마에다의 발 근처에서 충돌 직전에 딱 멈추었다.
「어라? 코마에다잖아」
「소우다군」
소우다는 태평스레 접근해왔다.
코마에다는 발 밑에 정지한 화려한 색의 조종기를 들어올려 소우다에게 전달했다.
「이거, 저번 것과 형태가 다르네. 새롭게 만들었어?」
「개정판이야. 브레이크는 제어되게 했는데 커브 부분이 어려워서 말야?」
「커브까지? 굉장한걸」
「그치?」
소우다는 히죽 웃으며 코마에다의 질문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였다면 코마에다가 소우다의 재능에 감동하여 그에게 질문공세를 퍼붓고 굉장해 굉장해 라고 잔뜩 추켜세우고, 소우다는 시끄러 라던지 기분나빠 같은걸 말하면서도 기술을 인정받는 것이 싫지는 않는 듯한, 그런 패턴이 되었겠지만, 오늘은 용무가 있기에 그렇게 될 시간이 없다.
「그럼, 나는 이만. 개정판 힘내.」
「어? 어어……」
항상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코마에다가 깨끗이 물러나는 탓에, 소우다는 다소 맥빠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 코마에다, 지금부터 수업이잖아? 어딜 간다는 거야」
「선생님에게 호출받아서 말야. 가지 않으면」
「네 녀석 또 비품 망가뜨렸지? 질리지도 않냐」
소우다가 말하는 것에 손을 흔들며, 먼저 간 연구자들의 뒤를 따라갔다.
코마에다가 호출되는 것은 흔했기 때문에 소우다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지금부터 만나게 될 “궁극의 천재”는, 멋진 메카닉인 소우다 카즈이치보다도 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을까?
학원 부지 안에 있는 연구시설로 안내받아, 거기서부터 다시 엘리베이터로 최상층까지 향했다.
꼭대기 층 복도로 나오면 완전히 새것의, 더러움이라곤 없는 새하얀 벽이 코마에다를 마중했다. 유리창은 적지만 밝은 조명이 여러개 배치되어 있어서, 그것이 흰 벽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긴 복도를 가로막듯 여러개의 문이 있어서, 연구자는 카드 키와 지문 인식을 하고 안쪽으로 전진했다. 천장에는 몇 개인가 감시카메라가 있었다. 더욱 안으로 걸어갈수록, 연구자와 교사의 몸에 서서히 긴장감이 넘치는 것이 뒤따르고 있는 코마에다에게도 전해져왔다.
“궁극의 천재”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나 철통 보안이 필요하다니, 거의 맹수 취급인걸, 이라고 생각했다.
「도착했어, 코마에다군」
그럼에도 아직 그곳은 “궁극의 천재”가 있는 방이 아니라, 그 앞의 연구실 같았다.
널찍한 방 안에 많은 모니터와 본 적이 없는 연구 기기들이 줄지어 있었다. 백의를 입은 몇 명의 연구자가 진지한 얼굴로 모니터와 마주하고 아무래도 데이터의 해석을 하는 듯했다.
외부자인 코마에다가 방에 들어왔음에도 연구자들은 발소리를 듣고 순간 반응했을 뿐으로, 별다른 관심이 없는듯 다시 모니터로 얼굴을 돌렸다.
「저쪽이야」
코마에다는 연구실 안에 있는 은빛의 문을 지시당했다. 굉장히 두껍고 튼튼해 보이는 문이었다.
코마에다를 데려온 연구자가 ID인증과 지문, 홍채인식을 하고 최후의 문을 열었다. 코마에다는 어깨를 눌러진채 문 앞에 섰지만, 놀랍게도 그 너머에 또 문이 있었다.
「문이 너무 많지 않나요?」
코마에다는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연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답했다.
「어중간한 문이었다간 그가 바로 부수고 마니까」
「제가 앞으로 만날 사람이, 혹시 엄청나게 흉폭한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 굉장히 이지적인 인물이지. 뭐 그가 이곳을 진심으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 보안도 돌파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그 이상은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은건지 연구자는 또 한 번 코마에다의 어깨를 눌렀다.
코마에다는 우리 속의 호랑이를 만나러 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물려 죽게된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코마에다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앞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뒷쪽에서 은빛의 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마지막 문을 열고 그 방에 발을 디뎠을 때, 왠지 유치원 같다고, 한순간 생각했다.
한쪽 면에는 책장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안에는 책과 퍼즐, 놀이도구 같은 것이 규칙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바닥에는 야구 방망이나 축구공 등의 스포츠 용품이 나뒹굴고 있었다. 유치원 같다고 느끼게 된 건 그 속에 그림책이나 줄넘기가 섞여있기 때문일까.
정면의 벽에는 창문이 있어서, 키보가미네 학원의 안뜰이 보였다 그러나 잘 보면 그건 정밀한 이미지 영상으로 아무래도 천장에서 투영된 것 같았다. 실제로 이 방 안에는 창문은 하나도 없고 모두 벽으로 둘러쌓여 있다.
방의 왼쪽에는 문이 있었는데 위치로 보자면 아마 침실, 아니면 욕실인듯 했다.
그 반대편, 방의 오른쪽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있어 문제의 인물은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검은 수트를 입은, 검은 장발머리의 남자로 전신이 검정 일색이다. 그는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에게 반응하는 일이 없이 두툼한 책을 조용히 넘기고 있었다.
코마에다는 발소리를 죽이며 살며시 그에게 다가가서, 그 책을 힐끗 들여다보았다. 영어라면 읽었겠지만 아랍어였기에 포기했다.
「저기, 뭘 읽고 있어?」
그가 겨우 얼굴을 들었다.
검은 장발탓에 표정을 알기가 어려웠지만, 얼굴 생김 자체는 의외로 동안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또래처럼 보였다. 붉은 눈에는 영리한 빛이 있어 코마에다를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것이 “궁극의 천재”
「……평범한 역사책입니다」
“궁극의 천재”는 냉담하게 말하며 책을 덮었다.
먼저 알게된 일이지만 그는 다수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 같다. 초고교급의 언어학자, 같은 것일까?
코마에다는 그에 대해 좀더 알고싶어져서 즉시 질문했다.
「나는 코마에다 나기토. 키보가미네 학원의 학생이야. 저기, 네 이름은? 괜찮다면 알려줘」
“궁극의 천재”는 빤히 코마에다를 바라본 뒤에 천천히 대답했다.
「카무쿠라 이즈루, 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카무쿠라군이라…… 있지, 너는 굉장한 사람이지? 어떤 재능을 갖고 있어?」
기대를 참지 못하고 코마에다는 잔뜩 안달난 목소리로 물었다.
카무쿠라는 완벽한 무표정이었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표정으로부터는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들이 말하기를, 저는 궁극의 천재라는 것 같습니다.」
「궁극의 천재……연구자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었어. 그거, 구체적으로는 무슨 말이야?」
「전부입니다」
「전부? 그건……」
카무쿠라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역사책을 내렸다.
「알고 있습니다」
「에?」
「당신은 저의 생식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왔다는걸」
딱히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첫 대면에서 갑자기 그런 것을 말하는 것도 어떨까 싶어서 좀 더 대화를 나눈 뒤에 얘기를 꺼낼 참이었다. 먼저 지적당하게 되어서 코마에다는 조금 눈꼬리가 내려갔다.
「아핫, 알고 있었어?」
「이 방에 외부인이 방문할 때는 거의 그 용무 뿐입니다. 남성이 오는 것은 처음입니다만……」
카무쿠라는 코마에다를 관찰하는듯한 눈으로 응시했다. 연구자들처럼 얼굴만을 빤하게 바라보는 일은 없이, 그 관찰은 순식간에 끝났다. 카무쿠라는 시시하다는 듯이 코마에다로부터 시선을 뗐다.
「질리지도 않나 보군요, 선생들도.」
코마에다 또한 카무쿠라를 관찰했다. 얼굴생김 자체는 의외로 동안이지만, 시선이 냉소적이기 때문인지 크게 어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키는 자신과 비슷해보였지만 체격은 카무쿠라 쪽이 전체적으로 뛰어났다. 얼핏 본 인상은 충분히 건강적으로, 어딘가에 부족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는 답답한 대화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 듯했다. 얼른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코마에다는 직접적인 말로 물었다.
「저기, 너 불능이야?」
생식능력을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어떤 여성과 만나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 같고. 겉으로 보이는 인상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니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카무쿠라는 이런 질문에도 무표정으로 답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럼, 여자가 싫다던가? 섹스가 싫은거야?」
「제가 저 자신을 판단한 결과, 성적기호는 극히 일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어째서……」
「시시하기 때문입니다」
카무쿠라는 그 말을 수십 차례나 말했다는 것처럼, 입버릇처럼 말했다.
「한 번 깨닫게 되면 요령을 알게 되어서, 시시합니다」
「헤에……」
코마에다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예를들어, 마지막판까지 클리어한 게임을 몇 번이고 재플레이 하는 것은 시시하다, 란 소리와 같은 걸까.
불능도 아니고 특이한 성적기호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시하다고 말하는 인간에게 어떻게해야 섹스하고 싶다는 의욕을 일깨울 수 있는 걸까.
여성을 상대로 할 때의 절차는 이미 완전히 알고 있으니까 재미없다. 그렇다면 남자 상대라면?
코마에다는 어차피 안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요령을 알게 되면 시시하다는 거네. 그럼 있지, 아무리 너라도 남자를 상대로는 처음인 거잖아? 상대가 나같은 거여서 면목없지만……처음이라면 나름 고생할 거고, 시시하지 않지 않을까?」
「고생, 말입니까?」
「응. 하는 방식이나 절차같은거. 여자랑은 조금 다를테고. 어때?」
남자는 젖지 않을 테니 넣기 힘들거라고, 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일단 피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때 남자끼리라면 꽤나 힘드니까 일부러 동성과 하는 의미가 있을까라고 코마에다는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하고싶어 하는 상대가 가끔 나타나니, 인간이란 참 신기한 동물이다.
시시하다고 단칼에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카무쿠라는 조금 생각에 빠진듯 했다.
코마에다는 방을 유심히 살폈다. 연구자들이 지금도 이곳을 감시하고 있는걸까. 어딘가에 감시카메라가 있는 것은 틀림없겠지만, 찾기 쉬운 곳에 두지는 않은 것 같다.
「……괜찮을 것 같네요」
카무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의외로 순순히 승낙한 것에 조금 놀라면서 코마에다는 응, 이라고만 말했다.
우선 이것으로 지시된 것은 어떻게든 달성할 것 같다.
방의 왼쪽에 있던 문은 역시 욕실과 침실에 연결되어 있었다.
코마에다는 잠깐 샤워를 하겠다며 욕실을 빌렸는데, 교복을 벗는 도중에 감시카메라를 발견했다. 세면대의 조명 앞에 은빛의 네모난 돌기가 붙어있는 것이다. 원래부터 이런 디자인인 걸까라고 한순간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어떻게 보아도 구멍이었다. 이 안에 감시카메라가 있는 거겠지.
알몸이 되어 욕실에 들어간 후에도 샴푸 병 뒤에서 작은 네모난 상자를 발견했다. 거기에도 구멍이 있었다. 코마에다는 그것을 손대지 않고, 간단히 몸을 씻은 후 서랍 속에 있는 목욕가운을 입고 침실로 돌아갔다.
침실에는 물건이 거의 없고 침대 옆 사이드테이블에 책이 몇 권인가 쌓여있는 정도였다. 코마에다는 감시카메라를 찾았지만, 침실의 카메라는 교묘하게 숨겨져있는 것인지 조금 둘러보는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카무쿠라는 침대에 걸터앉아 또 책을 읽고 있었다. 독서를 좋아한다기보다 격리된 이 방 안에서는 이 정도밖에 할 일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읽는 것처럼 보였다. 코마에다가 멋대로 그렇게 느꼈을 뿐이므로 실제로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뭘 읽고 있어?」
영어라면 읽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해서 들여다보았지만 러시아어였기에 포기했다.
「평범한 역사책입니다」
카무쿠라는 냉담하게 말하며 책을 덮고 사이드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역시 책이 읽고싶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지겨워하는 목소리였다.
카무쿠라가 이쪽을 바라보았기에 둘의 시선이 순간 겹쳐졌다. 코마에다는 그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은 걸까, 라고 내심 생각했다. 코마에다가 경험했던 섹스라고는 대개 상대방에게 강요당해서, 억지로 어울려주어야 했던 형태였으므로, 그처럼 할 의욕이 없는 상대방을 향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는 해본 적이 없었다.
――뭐, 괜찮을 거야. 언제나처럼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가볍게 생각한뒤 먼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카무쿠라의 벨트를 풀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카무쿠라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뭘 하는 겁니까」
「에? 핥으려고…」
대체로 처음에는 억지로 빨라고 강요당했었던 기억들 뿐이라, 이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카무쿠라는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에게 팔뚝을 붙잡혀 위로 끌어올려졌다.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형태가 되어, 그의 손으로 턱을 붙잡혀, 가볍게 입맞춤당했다.
이건 상당히 의외였다. 이런, 보통의 키스를 할 줄은. 코마에다는 몇 번인가 눈을 깜빡거린 뒤에 고개를 젖혀서 입술을 떼어냈다.
「……너, 키스는 괜찮아?」
「왜 안 된다고 생각한 겁니까」
「그거야…」
여성을 상대로 할 마음을 내보이지 않고, 성행위를 시시하다고 단정짓는 부분에서 혹시나 결벽증 비슷한 증상이 있는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키스는 결벽성과 큰 반대의 극에 있는 행위이다.
「당신은 제대로 된 경험을 가져본 적이 없군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무표정하게 보이지만, 그 목소리에 어느 정도 불쾌한 울림이 섞여있는듯한 것은 기분 탓인걸까. 분명 기분탓일 것이다.
「알겠어?」
「알 수 있습니다」
「굉장하네. 넌 뭐든지 알고 있구나」
가볍게 웃자 그것이 신경을 거슬리게 했는지 입을 막듯 다시 키스당했다.
외모에서 주는 인상으로, 멋대로 체온이 낮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온도가 높은 혀가 파고 들어와서, 코마에다의 혀를 옭아맸다. 살짝살짝 혀끝과 혀 뒷편을 핥아진 뒤에 쭈읍, 하고 혀끝이 빨아올려져, 기분 좋은 나머지 무심코 한숨이 새어나왔다.
답례로 코마에다도 카무쿠라의 혀를 빨아줬다. 다만 카무쿠라의 움직임이 한결 더 열심이었기에, 얼마되지 않아 또 코마에다의 혀는 세게 빨아올려졌다.
혀의 끝과, 옆면, 그리고 뒷면에, 각각 집요하게 얽혀온다. 가장 기분 좋았던 혀의 뒷면 끝부분은, 긴 시간을 들여서 괴롭혀졌다.
「흐……」
입술이 떨어졌을 때에는 가볍게 숨소리가 새어올랐다. 긴 키스였다.
흐우, 숨을 뱉고난 뒤에야 자신의 목욕가운의 끈이 이미 벗겨진 것을 깨달았다. 카무쿠라는 코마에다의 아랫입술을 질겅이면서, 가운 틈 속으로 손을 넣고 있었다.
「아, 너도…」
코마에다는 카무쿠라의 수트 상의를 벗기려고 손을 뻗었지만, 가볍게 무시당한 후 또다시 입을 틀어막혔다.
이번에는 안쪽까지 깊게 혀를 넣어왔다. 이대로 먹혀버리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될 기세였다.
반론이 용서되지 않는 힘으로 키스가 이어진다. 농락당하는 혀끝과 아랫입술 주위에서 서서히 열이 퍼져나갔다.
그럼에도 정작 카무쿠라는 거의 무표정이었다.
「…읏, 하아……」
입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깊게 호흡을 반복했다.
카무쿠라의 손이 풀어헤쳐진 가운 속의 복부쪽으로 뻗어와서, 배꼽 주위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 손길은 너무나도 완만하게 움직이면서 슬금슬금 올라와서, 코마에다는 애가 탔다.
그의 손가락 끝부분이 가슴 근처까지 도달해서, 젖꼭지를 만져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작은 유륜을 살살 쓰다듬는 것에서 그쳤다. 손길은 허리께로 돌아가서 촉감을 확인하는 듯이 또 쓰다듬고 있었다. 그 손은 다시 서서히 움직이면서 또 한 번 가슴께 근처로 다가왔다.
일부러 보고 있으니까 쓸데없이 신경쓰이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보게 되었다. 카무쿠라의 손끝이 자신의 가슴에 다다르고, 그럼에도 유두는 만져주지 않고 원을 그리듯이 유륜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렇게 이것저것 재가면서 만질 곳은 아닌데 말야, 라고 생각하지만, 주변만 잔뜩 만져지고 중요한 부분이 만져지지 않게 되자, 굉장히 신경쓰였다.
자극을 원하는 것인지, 만져지지 않았을 유두가 점점 뾰족해지고 있었다. 손가락의 행방을 눈으로 쫒고 있었던 바람에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견딜 수 없게 되어 시선을 피하면, 그 순간 꾸욱, 하고 유두를 꼬집혔다.
「히우으…」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샜다.
카무쿠라는 양 손가락으로 유두를 꼬집었다. 부드럽게 쓰다듬는가 하면, 마음껏 짓이기기도 하고, 또 유륜만을 어루만진다고 생각하면, 유두 끝을 살짝살짝 상냥하게 긁어주고.
그것이 되풀이돼서, 가슴 끝이 아플 정도로 바싹 긴장했다.
「하…앗, 앗」
유두는 다소 느끼는 편이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도 아닌 정도였던 코마에다는 지금껏 느껴본적 없는 기분 좋음에 한숨쉬었다. 이런 식으로 상냥하고 정성스럽게 애무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카무쿠라에게 허리를 붙잡혀, 자세를 바꾸듯 무너뜨려졌다.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위를 올려다보게 되면, 양 가랑이가 벌려져서, 그 사이에 카무쿠라가 허리를 밀고 들어왔다. 그는 변함없이 거의 무표정으로, 그래도 애무해오는 손길만큼은 열정적이고 상냥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정보와 피부에서 느껴지는 정보가 정반대라, 어느 쪽이 옳은 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카…무쿠라군, 나도…」
최종 목표는 카무쿠라를 사정하게 만드는 것으로, 즉 코마에다 자신의 쾌락은 필요없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받고만 있어서는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므로 이쪽에서도 뭔가 하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해 손을 뻗었지만, 카무쿠라의 손에 붙잡혀서 부드럽게 시트 위로 내리눌러졌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에……」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 붉은 눈을 바라보아도 무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코마에다가 대답하지 않자, 붙잡힌 손목으로 꽈악 힘이 전해져왔다. 빠듯이 강한 힘으로 손목을 붙잡혀서 통증으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체격이 좋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카무쿠라는 악력이 상당히 강한 듯했다.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마저 들리기 시작하고, 꺾여버릴듯한 통증이 느껴져서, 코마에다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아무 짓도 하지 않아…!」
순간, 손목을 죄어오던 그의 악력이 사라졌다.
코마에다는 휴, 한숨을 내쉬고 자유로워진 손으로 시트를 가볍게 붙잡았다.
잘 모르겠지만, 지시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얌전히 있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카무쿠라는 속삭이며, 코마에다의 가슴 언저리로 손을 뻗었다.
지금껏 코마에다를 깔아뭉개온 남자들은 거의 입으로 봉사해주길 원했고, 울며 싫어해도 억지로 입 안으로 쑤셔넣거나 했었는데, 그는 특이하구나, 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가슴을 쓰다듬어진 후에 유두를 몇 번이나 손끝으로 튕겨져서, 지잉, 하는 감촉에 허리가 근질근질거렸다.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면 젖꼭지가 완전히 뾰족해져버려서 조금 부끄러웠다.
「……하기 어렵군요」
카무쿠라의 속삭임이 귀 속을 파고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가슴 끝을 집어 올리려는 듯이 하는것을 보고, 코마에다는 가볍게 웃었다.
「여자아이와는 다르니까 말야…너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고…」
그 말에,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던 카무쿠라의 눈썹이, 아주 조금이지만 꿈틀, 하고 움직였다.
해본 적이 없다고 경험이 없는것을 지적당해, 반대로 의지가 생긴 것인지, 가슴을 괴롭히는 손가락의 힘이 강해졌다.
완전히 발기되어 있는 유두를 손끝으로 집어올려, 꾸욱 하고 늘어당겼다.
「으앗…!」
통증을 느끼기에 앞서 전해지는 강한 자극에, 코마에다는 몸을 비틀었다.
무의식 중에 손이 움직여서 카무쿠라의 손목을 붙잡아 가슴에서 걷어내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재차 못을 박을 뿐이었다.
코마에다의 손이 시트 위로 돌아가면, 또 젖꼭지를 세게 꼬집혀 올려진다.
지잉 지잉 울리는 미지의 감각이 가슴 끝에서부터 퍼져나가서, 그것이 조금 두려웠다.
「잡아…당기지 마…, 늘어, 나앗」
「……」
카무쿠라는 또 손끝으로 유두를 튕기며, 발기된 그것을 꾸욱하고 잡아당겼다.
「우아앗…」
몇번이나 몇번이나 그것이 반복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라는 말에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제멋대로 유두를 괴롭혀졌다.
카무쿠라가 겨우 가슴에서 손을 떼냈을 때에는 가슴 끝이 징징 울려서 너무 느낀 나머지 아플 정도였다. 이 이상 뾰족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독히도 꼬집혀 끌어당겨진 탓에 유두 근처가 커지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젖꼭지가 늘어당겨져 커져버렸으면 어떡하지, 라고 조금 불안해졌다.
체육 수업도 있고, 학교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할 때도 있는데.
「이것으로 겨우 하기 편하게 되었습니다」
카무쿠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말하며 코마에다의 가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코마에다는 당황했다.
「아…아직도 하는거야? 가슴은 이제 됐어…」
감싸듯이, 두 팔로 자신의 가슴을 막았다.
카무쿠라는 아주 조금이지만 한쪽 눈썹을 올리더니, 코마에다의 두 손목을 잡아 올렸다.
그 강한 악력으로 손목을 빠듯하게 꽉 조여와서 코마에다는 아픈 나머지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했었죠?」
「앗…, 그치만…」
붙잡고 있는 악력의 힘이 더욱 강해져서, 삐걱거리는 손목 뼈의 위험한 소리가 들려왔다. 뼈가 분쇄될 것 같은 통증에 손끝이 떨렸다.
「알…겠어, 알았으니까…!」
간청하듯이 빠르게 내뱉자, 손목이 해방되었다.
강한 힘으로 죄어진 덕분에 손목에 뚜렷하게 멍이 남아있었다. 코마에다는 카무쿠라의 악력을 되새기면서 조금 무서워지고 말았다.
다시금 카무쿠라의 얼굴이 가슴께로 다가왔지만, 이렇게 협박을 당했으니 이젠 반항할 수 없다. 그가 유두를 핥는 것을 코마에다는 위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흣…하앗…」
지독히 괴롭혀진 뒤라, 가볍게 핥아진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이 퍼졌다.
혀끝으로 딱딱하게 응어리진 유두를 굴려져서, 코마에다는 허리가 흔들릴 것처럼 되었다.
「흣, 흐우으…」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 참고 있으니, 이상한 호흡이 되어버렸다.
카무쿠라는 냉정한 눈으로 코마에다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게 너무 창피했다. 그의 긴 흑발이 코마에다의 피부 위로 떨어져서, 배를 간지럽혔다.
그때에, 갑자기 통증과도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카무쿠라가 유두를 이를 세워 잘근 씹었던 것이다. 코마에다의 허리가 흠칫하고 튀어올랐다.
「히앗…! 앗, 앗」
갈 곳 없는 손으로 시트를 꽉 붙잡았다. 등이 저절로 젖혀져, 가슴을 내미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카무쿠라는 좌우의 유두를 번갈아 머금고 이를 세웠다. 저릿저릿 하고있는 유두에 그런 짓을 당해서, 참을 수 없는 쾌감이 퍼져나갔다.
「아으…하우읏…」
눈 앞이 희미해져서, 입에서는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다리에 타인의 체온을 느껴, 코마에다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목욕 가운은 완전히 침대 시트 위에 펼쳐져서 발기된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카무쿠라는 코마에다의 발기된 성기에 손을 뻗었다.
카무쿠라의 생식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데. 완전히 자신 쪽이 기분좋게 되어버려서, 애액을 늘어뜨려 젖고말았다. 모처럼 궁극의 천재를 만나게 되어서 그 조사까지 맡게 되었는데, 제 성욕에만 충실해져서는. 아직 카무쿠라는 옷도 거의 벗지 않았는데.
「미안…나만 잔뜩…」
코마에다가 중얼거리자 카무쿠라는 무표정으로 성기를 관찰하며 답했다.
「색깔이 옅네요」
「에…그래…?」
그렇게 말해져서 자신의 성기를 내려다보아도, 매일 보는 익숙한 것이라 특별히 뭐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색이 옅은건 확실히 그렇지만, 코마에다는 원래 흰 피부니까 성기의 색 또한 이런 것이다.
카무쿠라는 시트에 펼쳐진 가운을 제치고, 코마에다도 가볍게 허리를 들어 그것에 협력했다. 그는 완전히 벗겨낸 가운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카무쿠라는 제대로 수트를 입은 채로 넥타이도 풀지 않았는데, 코마에다는 이제 완전히 알몸이 되고 말았다.
「저기 카무쿠라군, 너도…」
코마에다는 카무쿠라의 수트에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손목을 붙잡혔다.
이제 아프게 되는 것은 싫다. 그렇게 생각한 코마에다는 황급히 손을 되돌리고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미안, 안 할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
카무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사이드테이블의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상자가 들어있어서, 그는 내용을 일일이 선별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코마에다는 등을 일으켜서 그것을 확인했다. 상자 안에는 로션병이나 콘돔같은, 성행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도구들이 들어있었다.
「이거…어떻게 된거야?」
「선생들이 준비해둔 겁니다. 사용한 적은 없지만」
「헤에…」
「당신이라면 필요할테죠」
카무쿠라는 무표정으로 로션통을 손에 들고 내용물을 손바닥에 흘렸다. 코마에다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성행위를 시시하다고 말했던, 여성을 눈 앞에 두고도 거부해왔던 남자의 행동이란 말인가? 아까부터, 수십번은 섹스하고 온 것처럼 익숙해 보이는데.
게다가 선생들이 준비해두었다는 말. 연구자들은 그에게 역사책이나 야구방망이나 축구공 등을 주면서, 그것과 같다는 양 성행위에 필요한 도구들도 전달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들이 동일선상에 있다는 게 뭔가 기묘한 것처럼 생각됐다.
카무쿠라는 말없이 코마에다를 침대로 넘어뜨리고는 다리를 벌리게 했다.
그렇게 당한 직후에는 굉장히 부끄러웠지만, 머지않아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다는 것을, 코마에다는 이미 알고 있었다. 뒤에서밖에 당한 적이 없어서, 앞으로 하게 되니 상대방의 얼굴이 보이는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로션으로 끈적해진 손이 구멍 근처를 쓰다듬어서, 바로 손가락이 들어오는가 했지만 들어오지 않았다. 슬슬 어루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라도 들어가는 순간은 아프다. 손가락이 언제 들어오는 걸까, 라는 것에 온 신경이 모여서, 다리를 벌린 채로 숨을 죽였다. 그랬더니, 갑자기 젖꼭지를 꼬집혔다.
「앗,」
「긴장하고 있습니까」
「그다지, 하지않…앗」
말하는 도중에 손가락이 들어왔다. 대화에 신경을 돌린탓에 생각보다 부드럽게 들어갔지만, 처음이라 역시 압박감이 있어 코마에다는 미간을 찌푸렸다.
손가락 안쪽이 위를 향한채, 무언가를 찾는듯이 이곳저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카무쿠라의 왼손이 뻗어와 코마에다의 음경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흣……」
남자이기에, 앞을 만져지면 직접적으로 반응한다.
카무쿠라는 왼손으로는 음경을 훑고, 오른손으로는 구멍 안 쪽을 헤집었다.
얼굴은 변함없이 무표정인데 손길만큼은 상냥하고 정성스러웠다. 코마에다는 또 한번, 눈 앞에서 보이는 것과 피부에서 느끼는 정보가 너무나도 달라서 당황했다.
음경의 잘록한 부분을 몇 번이고 훑어져서, 기분 좋음에 허리가 떨렸다.
「응…흐우…」
쿠퍼액이 넘쳐흘러, 카무쿠라의 손을 더럽혔다. 그와 같이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이런 짓을 시키게 되어 죄송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명령받았으니, 코마에다는 손으로 시트를 가볍게 움켜쥔채 움직일 것처럼 움찔거리는 무릎을 어떻게든 견뎌냈다.
안에 들어온 손가락이 걸려오는 부푼 지점을 어루만진 순간, 자신의 음경이 갑작스럽게 위로 튀어올라, 코마에다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응앗…! 하앗…」
그곳이 전립선으로, 발기와 동반되어 딱딱하게 부풀고 있는 상태라는 건, 코마에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카무쿠라는 손가락을 넣었다 빼며 그 부푼 지점을 반죽하는 것처럼 밀어올렸다.
왼손은 계속 음경을 훑고 있어, 귀두를 손끝으로 어루만져질 때마다 허리가 움찔 떠올랐다.
앞쪽도 뒤쪽도 동시에 괴롭혀져서, 단숨에 사정감이 높아졌다.
「자, 잠깐…잠깐만…!」
이대로라면 나오고 말 것이다.
카무쿠라가 이렇게 되도록 해야하는데, 자신이 먼저 사정하게 되다니,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사정하지 않도록 복부에 힘을 넣어 견뎌보지만, 그럼에도 본능에는 거스를 수가 없었다.
뒷쪽의 손가락은 두개로 늘어나서, 하나씩 따로따로 움직이며 전립선을 밀어붙였다. 무심코 허리가 움찔거리며 움직이고, 기분 좋은 파도에 휩쓸려서 참아내는 것을 잊게될 것 같았다.
「아우으, 하읏…!」
나온다, 그렇게 생각한 때에, 음경의 뿌리부분을 꽉 붙잡혔다. 구멍으로부터 손가락도 빠져나갔다.
「앗…아……?」
완전히 사정할 작정이었던 코마에다는, 직전에 멈춰져서 당황하면서 카무쿠라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냉정한 얼굴을 보고있으면, 혼자 들떠서는 먼저 사정하려고 했던 자신이 갑자기 창피해졌다.
「아직 안 됩니다」
카무쿠라는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코마에다의 허벅지를 어루만진 후, 음경의 뿌리부분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다시 훑어오기 시작했다. 뒷편에도 또 손가락이 들어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푼 지점을 찾아내서 손가락을 각각 움직여가며 짓이겨올렸다.
「읏…, 앗…앗」
물러났던 파도가 다시 되돌아왔다.
귀두를 잘라내려는듯이 훑어지면, 역시 허리가 들뜨게되고 말았다. 배와 허벅지에 힘을 넣어서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생각해도 앞의 괴롭힘과 뒤의 괴롭힘으로 타이밍을 맞춰오면, 거역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쾌감이 단숨이 몰려들었다.
「아앗, 미안, 나와…앗…!」
토해낼 작정으로 눈을 꾸욱 감자, 또 음경의 뿌리부분을 붙잡혔다.
구멍에서도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조금만 더, 전립선을 찔러줬다면, 아마도 사정할 수 있었을 텐데.
코마에다는 자신의 허리가 조금씩 떨리고있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카무쿠라는 역시나 무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안 됩니다.」
코마에다는 그때서야 드디어, 어쩌면 터무니없는 일을 시작해버렸을 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성기와 전립선을 동시에 괴롭혀서 사정감을 높힌 후에, 사정 직전에 그만둬버리는, 그것을 몇 번이고 반복당했다.
슬슬 참을 수 없게 되어서 자신의 손으로 만지려고 하면 손목을 붙잡혀서, 그 무시무시한 악력으로, 부숴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을 줘서 꽈악 쥐어왔다.
미안해, 하지 않을게, 라고 사과하면 손을 시트 위로 되돌려줬다.
거기서부터 또, 음경을 훑어지고, 구멍에 손가락이 들어오고――
코마에다는 의식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때까지 이런 식으로 끈덕지게 애무당한 적도, 애태워진 적도 없었다. 머릿속이 욕망을 내뱉는 것으로만 가득차서, 허리가 절로 떠올랐다. 카무쿠라 또한 그 움직임에 맞춰 손가락의 움직임을 바꾸어줘서, 그것이 또 못견디게 기분 좋았다.
「있지이…, 아직이야…?」
구멍에는 세개의 손가락이 들어와서, 성기를 넣었을 때처럼 안쪽까지 찔러넣고 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완전히 풀려있는데다가 로션 덕에 질척질척하는 젖은 소리가 울려댔다.
음경 역시 몹시 훑어져서, 쿠퍼액으로 잔뜩 젖어있다.
「카무쿠라…군, 아직…? 아직, 안돼…?」
코마에다는 발산할 수 없는 괴로움 때문에, 눈물로 번진 눈가로 카무쿠라에게 애원했다.
아까부터 아직 안 됩니다, 라는 한마디로 늦추기만 할 뿐이다.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그저 애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 됩니다」
카무쿠라는 비정하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손길만큼은 상냥하고 정성스러워서, 마치 애인을 대하는듯한 애무를 계속해주니, 점점 뭐가 뭔지 알수없게 되었다.
귀두 끝에 손바닥을 대서 원을 그리듯이 쓰다듬으면, 전류가 흐르듯이 쾌감이 달려서, 코마에다의 허리가 움찔움찔하고 튀어올랐다.
「앗…! 앗, 앗!」
이번에야 말로, 나온다.
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또, 나오기 직전에 음경을 꽉 쥐어버린다. 뒷구멍에서도 손가락이 매정하게 빠져나갔다.
눈가에 모여있던 눈물이 뚝뚝 흘러넘쳤다.
괴롭고 괴로워서,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제 성기로 손을 뻗어버리게 되었다.
바로 카무쿠라에게 손목을 붙잡혀 빠듯할만큼 세게 쥐어올려져서, 뼈가 빠득이는 위험한 소리가 난 후에는, 손목을 시트 위로 돌려놓아졌다.
아픈데다, 사정도 할 수 없고.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부…탁, 부탁할게,…가고 싶…」
부탁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냉정했다.
「아직 안 됩니다」
다시 음경을 훑는것이 시작되고, 뒷편에도 손가락이 밀고들어왔다. 찔꺽, 하는 젖은 소리가 울렸다.
이미 허벅지가 떨리고 있었다. 귀두 끝에 손바닥을 대서 원을 그리듯이 문질러졌다.
「히우으, 아우읏…」
반응해도 괴롭게 될 뿐인데, 또 허리가 움찔거리며 움직였다. 눈 안쪽이 깜빡이면서, 지금까지 없던 파도가 오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무엇인가 올 것 같았다.
「잠깐…, 뭔가…이상…」
「…뭡니까?」
「아아아…뭔가 이상, 기다, 기다려, 줘…!」
아까까지는, 제발, 이라고 몇 번을 부탁해도 계속해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다리라고 부탁하는데 멈춰주질 않는다.
확실히도 사정을 재촉하는 움직임으로, 넣었다 빼지기를 반복하는 손가락에 앞쪽은 손바닥으로 귀두를 짓이기고 있다.
코마에다는 제 다리를 세우고 있을 수 없어 시트 위로 쓰러뜨렸다. 가랑이를 크게 벌린 꼴사나운 자세가 되어버렸지만, 제어할 수가 없었다. 발가락 끝이 떨리면서 둥글게 말려들어갔다.
「앗…아앗…아우으…」
파도가 점점 가까이 다가와서 그대로 덮쳐질 것만 같았다. 눈 앞이 눈물로 뿌옇게 흐려졌다.
참고 참아온 그 순간, 전류같은 커다란 쾌감이 흘렀다. 허리가 흠칫하고 크게 떠올랐다.
「앗! 아아앗!!」
퓨슉, 하고 성기의 선단에서부터 물 같은 액체가 튀어나와 시트 위를 적셨다. 그것은 간헐적으로 몇 차례나 흘러넘쳐서, 카무쿠라의 수트도 더럽혔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서 무엇도 생각할 수 없었다. 허리가 몇번이나 움찔움찔 튀어올라, 발가락은 오므려진채로 쫑긋거리듯 움직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액체는 줄줄 흘러나와, 코마에다의 다리 사이를 적셨다.
「아아――…, 아―……」
전부 토해낸 뒤에는 허리가 완전히 빠져서 움직일 수 없었다.
실금한 걸지도 모른다. 수치감은 있었지만, 그것을 확인할 여력도 없을만큼 압도적인 쾌감에 휩쓸리고 말았다. 전신에 달콤한 여운이 남아서, 그것은 파도처럼 물러났다가도 다시 몰려오면서 코마에다의 사고력을 빼앗아갔다. 칠칠치 못하게 벌려져있는 허벅지 안쪽 역시 움찔거리며 떨고 있었다.
아마 몇초간 의식이 날아갔었던 것 같다. 흐릿해졌던 시야가 점점 뚜렷해져갔다.
긴 흑발이 가슴부근에 닿고, 카무쿠라의 붉은 눈이 머리 위에서 코마에다의 표정을 확인하고 있었다. 코마에다는 무거운 눈꺼풀을 어떻게든 깜빡거리며, 카무쿠라를 마주 바라보았다.
「……좋았던 것 같네요」
무엇이, 라는 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좋았다. 정말로 좋았다. 지금까지 느껴본적이 없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오고난 뒤의 부끄러움 또한 매우 컸다. 코마에다는 자신의 다리가 쾌감에 휩쓸려서 꼴사납게 벌어져 있는 것을 깨닫고, 아직 무거운 하반신을 움직여 어떻게든 다리를 오므렸다.
「미, 미안…. 나, 혹시, 실금했…어?」
「아까 것은 다릅니다. 시오후키예요.」
그 말에 놀라, 무심코 제 성기를 바라보았다. 체액으로 젖어있었지만, 특별히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다만 체액을 흡수한 시트는 흠뻑 젖어있었다.
「그거, 여자들이 되는 것 아냐…?」
「남성이어도 가능합니다.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궁극의 천재는 도대체 어디까지의 지식을 갖고 있는걸까. 연구자들이 준 지식이라는 건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거야.
등을 일으키려고 하자, 허리부터 힘이 빠져버린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게다가 결국 사정을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성기도 어정쩡하게 발기된 그대로였다.
카무쿠라는 코마에다의 어깨를 눌러 천천히 침대로 밀어눕히고 다시 다리를 벌려 그 사이로 허리를 넣어왔다.
전혀 벗으려고 하지 않았던 그가 마침내 제 수트의 벨트로 손을 향하는 것을, 코마에다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기…좀, 쉬지…않을래?」
소용없다는 걸 알고서 말했지만, 역시 소용없는 것 같다.
밖으로 나온 그의 성기는 건강한 빛깔으로, 긴데다 두꺼웠다. 그의 무표정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위를 향해 솟아올라, 힘차게 맥박치고 있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여성을 상대로한 섹스를 거부해왔으니 불능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이렇게나 성기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남자가 싫은 것도 아닌듯했다.
카무쿠라는 콘돔을 씌운 뒤에 코마에다의 무릎 뒤로 손을 넣어, 그 무릎이 코마에다의 가슴에 닿을 정도로 밀어올렸다. 너무나도 모든게 훤히 보이게 되어서, 부끄러움에 머리가 띵했다. 그러나 허리가 완전히 빠져버려 저항도 할 수 없다.
구멍의 입구에 귀두의 끝부분이 비벼졌다. 쿨쩍, 하는 젖은 소리가 났다.
「잠깐, 기다려…쉬게 해 줘…」
입구를 확인하듯이 몇번이나 귀두로 문질러진 뒤에, 그것은 압도적인 질량으로 안쪽을 파고들었다.
「읏…」
언제라도, 삽입할 때에는 몹시 아프다.
코마에다는 고통을 예상하고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질량은 있었지만, 통증은 별로 없었다. 그것보다도
「응…, 읏……?」
――기분 좋아
길들여진 구멍이 꼭 알맞게 성기를 감싸왔다. 처음의 삽입만으로 전립선이 밀어올려져, 코마에다의 성기가 단숨에 딱딱해졌다.
「앗…응…」
몇 차례 연속으로 전립선을 문질러져, 순식간에 사정감이 높아졌다.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직전 시오후키의 영향인지 음경은 완전히 바보가 되어있었다. 조금이나마 참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아앗…갓…가아…, 가버렷…! …―!」
빠져버린 허리가 움찔하고 경련했다. 코마에다는 소리도 내지 못한채 사정했다. 정액이 튀어올라 코마에다의 배 위로 늘어뜨려졌다.
보통의 사정은 오늘 처음일지도 모른다.
몹시 애태워진 탓인지, 평소보다도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코마에다는 풀린 눈으로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 사이에도 카무쿠라는 허리를 찔러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얕은 곳에 있는 전립선을 지나쳐서, 안쪽으로 안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단단한 귀두로 도려내듯이 찔러넣어져서, 등이 멋대로 젖혀졌다.
「하아─, 아─…」
카무쿠라의 손이 천천히 가슴 근처까지 다가와서 한동안 만지지 않았던 유두를 꼬집었다.
「아읏…!」
지잉, 하고 아플 정도로 쾌감이 느껴져, 코마에다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내밀었다.
카무쿠라의 한 손이 빠져나가서, 코마에다의 한쪽 무릎도 바로 밑으로 떨어졌다. 자세를 유지할 여력이 없었다. 코마에다의 무력한 다리를 카무쿠라는 느긋히 눌러잡아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허리를 있는 힘껏 밀어붙였다.
「앗…!?」
지금까지 닿은 적이 없는 장소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여자의 그곳과는 달라서 안쪽의 끝같은 건 없을 텐데도, 마치 자궁입구에라도 다다랐다는듯 한계를 찔리는 감각이 들어, 코마에다는 일순 전율했다.
카무쿠라는 재차 쿵, 하고 있는 힘껏 박아왔다. 장벽 속의, 전환점까지 닿아있다. 지금껏 이런 곳까지 찔렸던 적은 없었다.
꼬챙이에 꿰여버린 것 같은, 뇌까지 직접 찔러오는 듯한 충격. 전신에 찌릿찌릿 하고 전류가 흘러서, 단숨에 의식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코마에다는 발바닥을 구부리며, 그저 높은 목소리로 울부짖는 수밖에 없었다.
「아…안쪽…, 닿아있…아앗…」
쾌감의 파도가 넘실거려, 코마에다는 그것을 견디기 위해서 손으로 시트를 붙잡았다.
열린 적이 없던 깊이까지 성기가 침입해서, 안쪽이 그의 형태로 넓혀지고 있었다. 압도적인 충족감. 깊숙하게 파고들어서, 분명히 둔통도 있었지만, 그것이 점차 아플 정도로 찌릿거리는 쾌감으로 변해갔다. 찔러올 때마다, 자신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어서, 그것이 두려웠다.
퍽, 퍽 하고 후벼파지면서, 코마에다는 숨이 곧 끊어질듯 할딱거렸다.
「…그런, 그렇, 게, 안쪽,…까지」
안쪽을 찔릴 때마다 허리가 와들와들 떨렸지만, 그가 꽉 붙들고 있어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앗, 넣, 넣지…마」
「…아픕니까?」
「모르겠…, 무, 무섭, 무서워…」
카무쿠라는 일단 허리의 움직임을 멈췄다.
그만둬주는 걸까, 라고 안심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힘빠진 코마에다의 다리를 더 벌리더니, 성기를 더욱 깊숙이 찔러넣으며 숨을 내쉰다. 마찬가지로 힘이 빠져버린 코마에다의 허리를 양손으로 꽉 붙잡으며, 자신의 허리를 천천히 좌우로 회전시키며 구멍의 최안쪽 전환점을 귀두 끝으로 짓이겼다.
찌잉, 하고 허리 안쪽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쾌감이 퍼져나갔다. 그에게 끌어안긴 다리가 그것에 반응하여 바싹 뻗었다.
「흐아아앗…후으으…, 그거, 그만…그만…」
「이곳은 느끼게 될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까, 우선 익숙해져 주세요」
카무쿠라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내 깊숙한 곳의 전환점을 귀두로 힘있게 문질러지면서, 가끔씩은 성기를 뽑아내서 전립선을 비벼지는, 그것이 번갈아 반복되어서, 너무할 정도로 기분 좋은 나머지 허벅지가 벌벌 떨고 있었다. 참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사정감은 또 한번 단숨에 높아졌다.
「아으…또, 가앗…또, 아앗! 앗! 우아아!」
쾌감의 파도에 잡아먹혀, 열을 뿜어냈다. 기분 좋음에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갔다.
「하아~아…, 아아…아─…」
허리 안쪽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달콤한 저림에 지배당해, 호흡할 때마다 그 여운을 맛보았다.
평소에도 그렇게 사정하지 않는 것도 있고, 이미 두 번이나 내보냈으니 충분했다. 신체가 피로를 호소하며 녹초가 되고 있었다.
「……깨어 있습니까」
찰싹찰싹 가볍게 뺨을 맞아, 황홀함에 멀리 날아갔던 의식이 조금이나마 돌아왔다.
카무쿠라는 머리 위에서부터 코마에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으,…?」
벌써 온몸의 힘이 빠져버려서 본심을 말하면, 가능하다면 이대로 쉬고 싶었다.
하지만 카무쿠라의 발기된 음경은 아직 구멍에 꽂혀있는 그대로였고, 무엇보다도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미안…, 나, 또…」
코마에다는 자력으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허리에 힘이 완전히 빠져서 등이 아주 조금 떴을 뿐이었다.
카무쿠라는 그걸 무표정으로 내려다보고있다. 다만 희미하게 관자놀이에 땀이 맺혔고, 잘 보면 아주 조금이지만 미간에 주름이 잡혀있었다.
이 방에 와서 처음으로 발견한, 그의 인간다운 표정이었다.
정교한 안드로이드인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기에, 그가 자신과의 정사에 의해 아주 조금이라도 표정을 바꾸었다는 것에 코마에다는 놀랐다. 멍청하게 그의 얼굴을 빤하게 바라보았다.
인간인 것이다. 그도. 아마, 슬슬 사정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해주고 싶어져서, 코마에다는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역시 허리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미안…」
코마에다가 재차 사과하자, 카무쿠라는 조금 눈살을 찌푸린 뒤 구멍에서 음경을 살짝 빼냈다.
쉬게 해주는 건가, 라고 순간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니었고, 그에게 등을 떠받쳐서 엎드려 누운 자세를 하게 되었다. 그의 팔이 코마에다의 허리를 감싸 들어올린 후에, 후배위로 다시 삽입됐다.
「허리를 들어주세요」
카무쿠라에게 등 뒤로부터 그렇게 명령당해, 팔꿈치를 베개에 세워서 그럭저럭 버텨냈다. 쿵, 하고 뒤에서부터 박혀들어왔을 때, 충격으로 다시 허리에 힘이 빠졌지만, 그러자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려졌다.
「아…읏,」
무너질 것 같았던 허리에 힘을 넣어, 팔꿈치로 어떻게든 체중을 견뎌내며, 허벅지를 떨었다.
카무쿠라는 가차없이 안쪽까지 밀어넣었다.
「히잇…」
후배위로 박아오니, 아까보다 더 깊은 곳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방금까지 자극당했던 전환점 부근을 또 한번 귀두로 문질러져서, 아까까지만 해도 다소 힘들고 괴로움이 따랐던 그 행위가 이번에는 문질러질 때마다 깊은 쾌락이 들끓어서, 의식이 그것에 빠져들어 몽롱해지고 있었다.
「핫…, 아…앗, 히익…」
그럼에도 카무쿠라는 좀처럼 사정하지 않았다. 언제가 되어야 끝나는 걸까, 어딘가 멀어진 머리로 생각했다.
안쪽을 끊임없이 괴롭혀지고, 때로는 얕은 곳으로 돌아와서 딱딱하게 부푼 전립선을 문질렀다. 격렬하게 깊숙한 곳까지 찔러넣었다고 생각하면, 달래는 것처럼 천천히 허리를 돌리며 귀두 끝으로 상냥하게 짓이겨준다.
코마에다는 저릿한 쾌감을 전신으로 맛보며, 오싹오싹 등을 경련하고, 견딜 수 없어져 버티고 있던 팔꿈치를 꺾었다. 얼굴이 시트에 파묻히고 허리만이 높게 올려진 자세가 되었다.
꼴사나운 몰골이었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허리가 완전히 빠져버려서, 아무리 엉덩이를 때려와도 이번에야말로 일으켜 세우는 게 불가능했다.
쿵, 쿵 박히면서, 코마에다는 지쳐가면서도 완전히 달콤하게 변한 목소리로, 어느덧 여자처럼 허덕이고 있었다.
「…앗, 앗, 흐아, 아……」
자신이 듣기에도 소름이 돋을만큼, 달콤하게 교태부리는 목소리였지만, 멈추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되었음에도 카무쿠라는 아직도 사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 손을 뻗어와, 아프게 발기된 코마에다의 성기를 느긋하게 훑어올렸다. 귀두의 잘록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만져져서, 코마에다의 허리가 부르르 떨렸다.
「…읏,…앗…, 히이…,…」
언제까지고 이어지는 달콤한 고통에, 코마에다가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을 때에야 겨우 구멍 속 깊은 곳에서 그의 욕망이 터져나왔다.
카무쿠라의 긴 머리카락이 코마에다의 등을 간질이며 그와 동시에 목덜미가 빨아올려졌다.
코마에다는 거기까지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뒤는 잠들듯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정신없이 잠들고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에 코마에다는 목욕가운을 입은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온몸이 나른하고 피곤했으나 묘하게 상쾌한 감각도 들었다. 몸에는 끈적임 등도 없어, 자고 있는 동안에 뒷처리를 해준 걸까, 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침대 옆에는 카무쿠라가 변함없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코마에다가 일어난 것을 깨닫고 책을 덮었다.
「나…얼마나 잤어…?」
목소리를 내어보면 완전히 쉬어 긁힌소리가 났다.
「3시간 10분, 자고 있었습니다」
카무쿠라는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침실을 나갔다.
그는 금방 돌아와서 옷걸이에 걸린 교복과 물이 담긴 페트병을 차례대로 코마에다에게 전해줬다. 코마에다는 쉰 목소리로, 고마워, 라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페트병의 물을 마셨다.
자, 그러면, 지시당한 일은 달성된 셈인데, 이걸로 괜찮을까.
「너, 전혀 불능이 아니었잖아……」
수분을 취한 후라 목소리를 내는 것이 조금은 편해졌다.
카무쿠라는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기 전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러가지로 깜짝 놀랐어……」
연구자들은 그의 성욕 유무나 생식능력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적어도 불능은 절대 아니고, 성행위에 관해서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굉장히 잘해서 놀랐을 정도였으니. 감시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구자들에게도 그것은 전달됐을 것이다.
코마에다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교복을 갖고 일단 세면실로 향했다. 아까까지 알몸으로 얽혔던 상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옷을 갈아입는 건 다른 방에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세면실에서 교복을 입었다. 카무쿠라는 특별히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 방에는 시계가 없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이곳으로 와서 몇 시간이 지났는지, 지금이 몇시 몇분인지, 코마에다는 알 수 없었다. 오늘 수업은 이미 다 끝났을까. 모두들은 하교하고 집으로 돌아갔을까.
교복을 갈아입고 침실로 돌아오면, 카무쿠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또 한 번 문을 열고 중앙의 방으로 이동했다. 벽 한 면이 책과 도구들로 채워진 방, 카무쿠라는 벽면의 소파에 기대앉아 책을 읽고있었다. 코마에다가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와 똑같이.
검은 수트도 긴 흑발도 표정이 없는 얼굴도 모든것이 처음 이 방에 발을 들였을때 그대로여서, 그와 잔 것이 어쩌면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서려고 한 걸음 내디디면 몸이 피로를 호소하며 상당히 무거워서, 하반신과 그 뒷편에도 위화감이 있었기에, 역시 현실이구나, 라고 느꼈다.
「카무쿠라군」
코마에다가 말을 걸자 카무쿠라는 얼굴을 들었다.
중요한 것을 듣는걸 잊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듣지 않으면.
「있지, 너의 재능은 어떤 거야?」
카무쿠라는 작게 한숨을 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는 선반 안에서 뭔가를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코마에다에게 그것을 보여줬다.
여섯면의 주사위였다.
「당신의 재능은 아까 선생님들에게 들었습니다. 『초고교급의 행운』이죠. 주사위를 던져주세요. 나온 숫자가 큰 쪽이 승리입니다.」
코마에다는 속으로 의아해 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주사위를 건네받아 그것을 테이블 위로 떨어뜨렸다. 숫자는 5가 나왔다.
카무쿠라가 그것을 손에 들어 다시 던지면, 숫자는 6이 나왔다.
코마에다는 놀라서, 주사위를 빤히 바라본 뒤, 다시 한 번 손에 쥐어 던져보았다. 이번 숫자는 4였다.
카무쿠라도 또 한 번 주사위를 던졌다. 여전히 6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지만, 이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코마에다만은 잘 알고 있었다.
간단한 주사위 승부라도, 혹은 가위바위보라도, 이긴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이길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코마에다는 운이 걸린 승부에서 일부러 지려고하는 경우 이외에는 패배를 하지 않는다.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가 큰 편의 승리, 겨우 그것뿐인 일이라고 해도 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까?」
카무쿠라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궁극의 천재.
육체나 두뇌의 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는, 온갖 재능을 가진 인간.
예를 들어 코마에다의 행운능력의 반동인 불행이 덮치더라도, 그것에 굴하지 않을 인간.
「저기, 카무쿠라군…」
코마에다는 제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겁내며 그를 향해 물었다.
이런 것을 생각하게된 건 처음이라 입 밖으로 꺼내는데에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말하고 싶었다.
「또…나와 만나주지 않을래? 또, 이곳에 와도 될까?」
카무쿠라는 흘깃 코마에다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표정이 없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뜻밖에도 온화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저는 상관 없습니다만……당신은 잊어 버리겠죠」
***
연구실로 돌아온 코마에다는 연구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잘했다! 라던가, 훌륭한 데이터가 나왔어! 라던가. 역시 감시카메라는 침실에도 설치되어 있었던 듯이, 그들은 두 사람의 성행위를 제대로 보고있었던 모양이었다.
「자 코마에다군, 지쳤을 테지. 여기에 누워 주겠어? 산소 캡슐이 있으니까, 이걸 하게되면 피로가 싹 가시게 될 거야.」
코마에다는 별실에 끌려가게되어, 연구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열심히 권유받아 캡슐 안에 누웠다.
찾던 것을 마침대 발견한 기분이었다. 카무쿠라의 일만을 생각하고 있어서 기분이 고조되었고 주의력이 산만해져 있었다.
캡슐의 뚜껑이 닫힌다. 묘한 점은 몇 가지인가 있었다. 연구자들이 기묘할 정도의 무표정으로 코마에다를 내려다본 것. 캡슐의 뚜껑이 닫힘과 동시에 의식이 멀어져갔던 것. 산소 캡슐은 이런 형태를 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 언제나였다면 눈치챘을 그 위화감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만큼 코마에다의 기분은 고양되어 있어서, 꿈이라도 꾸는 듯한 심정이었다.
의식이 점점 멀어져갔다. 아까까지의 기억이 흐릿해져갔다.
그것이 기억을 조작하는 장치로, 카무쿠라 이즈루와 만났던 외부인은 모두 기억을 제거당하는 것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코마에다는 물론 알지 못했다.
***
키보가미네 학원에 노을빛이 드리워, 학교 전체가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소우다는 수업을 마치고 즉시 조정 도중인 조종기를 안뜰에서 몰며, 커브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수업중에 책상 아래에서 몰래 재조정을 하다가 아무래도 오늘 중에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장애물 앞에서 완만하게 커브해주기를 바랐지만 항상 돌아가지 못하고 장애물에게 부딪히거나 덜커덕하며 직각으로 굽어 버린다. 이번에는 잘 될까.
달리기 시작한 조종기에 금방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 학생이 비틀거리며 안뜰을 걷고 있어, 조종기는 그것을 장애물이라고 인식한 것 같다.
소우다는 발밑에서 시선을 올려 그 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코마에다였다. 어딘가 멍한듯한 상태로 안뜰을 걷고있었다.
「어? 코마에다잖아」
이름을 불리자 그는 천천히 뒤돌아보며 느긋한 목소리로 답했다.
「소우다군」
「너, 호출된 건 어떻게 됐어? 벌써 오늘 수업은 다 끝났다고」
「……호출?」
코마에다는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소우다는 알아차렸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호출을 핑계로 그대로 수업을 땡땡이친 거겠지. 코마에다는 불성실하다고 보긴 어려워도 매일매일 제대로 수업을 듣는 타입도 아닌데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취를 감출 남자였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일부러 이 시간대에 당당히 안뜰로 돌아오는 것이 의아했다.
「너, 땡땡이치는 거면 얼른 돌아가라고. 왜 돌아온 거야?」
「땡땡이…? 하지 않았다구?」
「뭐라는 거야, 수업에 오지 않은 주제에. 어딜 갔던 거야.」
「에? 어디라니…」
코마에다는 조금 생각에 잠긴듯 했다. 하지만 그는 얼굴을 찌푸린 뒤에 난처하다는듯 좀처럼 답하지 못했다.
「나…뭘했던 걸까?」
「하아?」
코마에다는 작게 중얼중얼거렸다.
「기억상실 놀이냐? 너 가뜩이나 평소에도 언동이 위험한 놈이니까, 그런 놀이는 관두라고……」
소우다는 이 이상 대화하는 것이 귀찮아져서 다시 조종기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커브의 조정은 아직 멀은 것 같다. 조종기는 나무에 부딪혀 뒹굴었다. 젠장, 내뱉은 후에 그것을 회수하러 갔다.
코마에다는 소우다의 조종기를 멍하니 보고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내려는 것 같았지만, 사고는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해서 그 이상 깊게 생각할 수 없었다. 교내방송으로 호출된 느낌은 분명 있지만……
「낮잠이라도 잤던 걸까나?」
코마에다는 중얼거리며 소우다에게 걸어갔다.
역시 소우다군, 대단한 조종기인걸, 이라고 말할 셈이었다.
이렇게, 멋진 재능을 가진 본과생의 주변을 얼쩡거리며 희망을 찾는 것이, 언제나의 자신의 방식이었다. 묘하게 불안한 마음이 되었기에, 언제나처럼의 말투를 사용하여 안심감을 얻으려 했다. 그건 무의식 중의 행동이었다.
「소우다군, 그거 커브도 자동으로 꺾는거야?」
「어? 어어, 그럴 예정이다. 지금은 실패했지만 말야.」
「헤에……원리 가르쳐줘!」
「네 녀석이 이해할 수 있겠냐?」
언제나와 같은 언동을 이어가면, 그걸로 좋다고, 안심감이 생긴다. 그래, 이걸로 된거야.
희망을 찾아내려면 훌륭한 재능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그들을 잘 살펴보고 있으면 된다. 희망은 분명, 그들 중에 있을 테니까.
그 날 연구실에서 일어났던 일을, 코마에다는 완전히 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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